‘1953년 7월 호주가 바라본 한국전쟁 정전협정’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호주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당시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70년 전 호주 사회의 분위기를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 고찰한 학술자료집이 발표됐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아시아•태평양지역회의(부의장 이숙진)는 제20기의 마지막 프로젝트로 ‘1953년 7월 호주가 바라본 한국전쟁 정전협정’이라는 자료집을 24일 공개했다.
이숙진 부의장은 이번 학술자료집 발간에 대해 “당시의 상황에 대한 호주 언론 매체와 학자들의 시각을 분석해 정전협정의 역사적, 지정학적, 외교적 의미를 좀더 포괄적으로 접근하기 위함이며, 향후 구성될 21기에서도 더욱 폭넓은 연구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즉, 이 같은 작업을 통해 해외민주평통의 전문성이 부각될 수 있다는 지론인 것.
아태지역회의는 이번 학술자료집 발간을 위해 1950년 7월을 전후해 호주 주요 언론매체에 게재된 한국전쟁 정전협정 관련 보도 내용과 더불어 군전문가와 학자들의 견해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해당 자료는 www.puac.com.au를 통해 열람이 가능하다.
민주평통 아태지역회의는 지난 2019년에도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역사 흔적 찾기’ 캠페인을 펼쳤고, <대양주에 울려 퍼진 100년 전 독립운동의 함성: Oceania resonating with roars of Korean independence 100 years ago>의 책자를 발간한 바 있다.
“한국전쟁, 극적인 휴전협정 초읽기”
7월 20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호주의 대표적 유력지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1953년 7월 20일자 신문을 통해 한국전쟁의 정전협정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이 신문은 “전면전으로의 재확산의 위험이 여전한 가운데 판문점에서 유엔과 공산주의자들 간에 침착하고 인내력 있는 휴전 협상이 진행됐고, 남측의 군사분계선에 대한 유엔 측의 확약을 공산주의자들이 수용했다”고 전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1년 전까지만 해도 휴전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고, 최근 1년 동안에도 휴전 협정 합의까지 숱한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는 점을 비교적 소상히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특히 한국의 이승만 대통령이 휴전에 반대하고 있고, 반공포로를 독자적으로 전면 석방하면서 휴전협정 체결이 어려워졌던 것이라고 간략히 배경 설명을 했다.
“현실로 다가온 한국전쟁 휴전”
7월 27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7월 27일자 ‘한국의 정전, 마침내 현실로’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오늘 오전 정전협정이 체결될 것이라는 유엔 총사령관 마크 웨인 클라크 장군의 발표는 오래 지속돼 온 불확실성과 좌절에 행복한 기대감을 안겨준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200만여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재앙적인 한반도의 군사충돌이 마침내 마침표를 찍게 될 것이다”면서 “3년 동안에 걸쳐 발생한 막대한 인명피해와 고통을 야기시킨 총성은 당장 오늘 밤부터 서울에서 멈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전일 뿐 항구적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면서 “전쟁 당사자의 한 편인 공산주의자들은 평화 협정을 거부하면서 적대적 행위의 기회를 모색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공산주의자들은 결국 정전협정 조약에 남한을 구속하는 조항을 고집했다”면서 “북한이 향후 남한에 대한 적대적 기회를 노릴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유엔의 최우선 책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전 소식에 환호하는 참전용사들…”
7월 27일 호주연합뉴스(AAP)
정전협정 당일 7월 27일을 전후해 호주 주요 언론 매체에는 일제히 서울발 호주연합뉴스(AAP)의 정전협정 소식이 다뤄졌다.
서울 현지에 파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AAP 기자는 “기자가 어제 밤 영연방 합동부대 소속 군인들에게 ‘내일 아침 정전협정이 체결될 것’이라고 언급하자, 이들은 믿기 어려운 표정으로 ‘우리도 전해 들었다’며 환호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자는 또 “호주 참전용사들도 미군 라디오를 통해 정전협정 소식을 전해 듣고 기뻐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역을 6주 앞둔 NSW주 뉴카슬의 램브턴 동네 출신의 조지 프리스크 병장은 AAP를 통해 “마침내 마침표를 찍게 돼 너무도 기쁘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6주가 아니라 6시간이든 6개월이든 언제든 목숨을 잃을 수 있다”며 공포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프리스크 병장은 AAP 기자와의 대화에서 “유엔이 해낸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7월 28일 더 선
1910년 창간돼 1954년까지 패어팩스 그룹이 발간했던 당시 시드니의 대표적 석간신문 ‘더 선’은 한국전 정전협정 체결 다음날 사설을 통해 “3년 동안의 한국전쟁으로 엄청난 피해와 희생이 뒤따랐지만, 유엔이 주도한 정전협정은 자유세계의 단합된 의지의 기념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진정한 승리를 통해 미래의 침략국에게 강력한 저해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유엔외교관들의 평가를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동의한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특히 “정전협정을 통해 유엔의 한국전쟁 개입은 잘못이었다거나 유엔의 무용론을 제기한 주장들은 모두 잘못됐음이 반증됐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유엔이 주도한 정전협정은 자유세계의 희망과 이상의 단합체라고 평가했다.
즉, 비록 공산침략으로 한국은 막대한 피해와 희생을 겪었지만 정전협정을 통해 유엔의 역할을 구체화하고 자유세계의 방향등을 제시한 것으로 이 신문은 평가했다.
더 선은 또 부산의 유엔군 묘지도 언급하며 “모든 호주인들에게 부산 유엔군 묘지 방문은 더없이 소중한 산교육이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전쟁 희생, 헛되지 않았다”
7월 28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정전협정이 체결된 다음날 7월 28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한국전쟁의 희생, 헛되지 않았다’라는 제하의 시론을 통해 정전협정의 의미를 심도 있게 거듭 분석했다.
이 신문은 “중국의 무력개입 이후 남북한 분쟁이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공산주의자들과 서방 세계 간의 의혹과 불신이 한층 고조된 상태에서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에 벌어진 공개적 유혈 충돌이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북한의 최우방국 중국의 개입은 재앙적 사태를 초래할 뻔했지만 용기 있고 견고한 서방 지도자들의 결단에 힘입어 유엔의 시험적 집단안보체제의 성공과 정당성이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정전협정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유엔 측이 공산주의자들로부터 많은 양보로 이끌어내는 등 정전협정은 유엔의 승리이다”면서 “정전협정은 한반도의 문제를 벗어나 세계 역사의 전환점이 될 것이며 모스크바와 베이징 측에도 엄중한 경고가 될 것이고 더 나아가 동부유럽, 터키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공산권에도 많은 메시지가 전달될 것”으로 평가했다.
이 신문은 이런 점에서 “한국전쟁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고 귀결했다.
“휴전은 평화의 승리…아이젠하워드 대통령의 결단력”
7월 30일 디 아거스
1846년 창간돼 1957년까지 멜버른의 대표적 일간지였던 디 아거스(The Argus)는 7월 30일자 보도를 통해 “전 세계의 보편적 시민들은 한국의 정전 소식을 일제히 환영한다”면서 “정전협정 체결은 평화의 승리이다”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세계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현명한 결단력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면서 “조직적이고 단호한 반대 움직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휴전이 이뤄진 것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결단력 덕분이다”라고 강조했다.
디 아거스는 “우리 측 견해에 따라 적대국을 설득해 나갈 수 있을 경우 유엔 회원국들에게 정전협정은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할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정전협정의 불완전한 점도 지적하면서 “특히 미국 내의 일부 세력들은 한국전쟁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침략에 맞선 유엔의 방어로 보지 않고 미국과, 아시아 공산주의 국가들 간의 전쟁으로 축소해석하면서 이로 인해 오히려 적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다”고 질타했다.